작성일 : 16-02-15 14:18
출구가 보이지 않는 관계
|
|
글쓴이 :
inazalea
조회 : 10,085
|
예전에 이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후에 혼자 해결해 보고 싶어서 더이상 상담을 받지 않았는데요
괜찮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족 관계에 얽매어 있는거 같아 답답하네요
다시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
부모님과 언니, 저 이렇게 넷이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쭉 싸우셨어요 인생의 대부분을. 말싸움, 말싸움 끝에 부수기, 때리기, 엄마가 몇일 씩 집 나가서 찾으러 다니고 전화 하고 했던 기억도 생생하네요.
저는 지금 30대 초중반이고, 부모님은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거의 매일 싸우십니다.
대화의 패턴은 서로 내가 옳다는 거구요.. 심지어는 티비 뉴스를 보면서 정치 이야기로 서로 옳다며 싸우십니다. 그러다 엄마가 듣기 싫다!고 잘라버리면 아빠는 화가 나서 분노하시고, 목소리가 커지고 그러네요.(어릴 때는 여기서 폭력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폭력으 쓰시진 않습니다.)
언니는 20살 무렵에 정신분열이 발병해서 오랫동안 입원, 퇴원, 약물 투약을 반복했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도 못했고 마땅히 직장을 못 얻었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근근히 살고 있습니다. 몇 년째 직업을 뭐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저한테 상담을 해달라고 하면 그 상담 해 주는 것도 지치네요..
제가 힘든거는 한 집에 살면서 매일같이 감정 싸움 하는 부모님을 보는 것.. 서로 비난하는 소리를 매일 같이 듣다보면 제 마음도 같이 힘들어 지고요.. 특히 (집에 사건사고가 많았어요.. 어릴 때 시집 와서 고생하며 사셨고요. 시집와서 할머니랑 사이도 안좋으셨고.. 아빠는 술 문제로 속 많이 썪이셨고, 언니는 정신분열에, 제일 막내 남동생은 고2때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엄마, 아빠 두 분 다 무슨 일 하나만 생겼다 하면 차분하게 생각해서 해결하시지 못하고, 감정부터 생기면서 서로 짜증내기 바쁘십니다.
물론 한 집에 사는 저희 둘이 폭탄을 맞는 경우가 많구요. 짜증이 심해지면 엄마의 폭언이 이어집니다. 제 가슴에 제일 상처 됐던 말이.. "자식들 중에 니가 제일 불편하다. 니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는거 너 아냐?" 이 말이랑.. "평생 한 일 중에 자식 낳은게 제일 후회된다."는 말이네요..
부모님의 대화 패턴은 분명히 서로를 상처주는 비난, 거절인데.. 엄마는 싸우는거 아니다. 대화하는거다. 모든 부부는 다 그렇게 산다고 합리화 합니다. 이 점에서 저는 또 헷갈리고요. 아.. 다른 집도 다 이런가? 내가 너무 관계에 대한 결벽증이 있는건가..
엄마가 딸을 부를 때에도 이름을 부르지 않고 '어이~ 어이~' 하는게 듣기 싫고.. 두 분이 싸우지 않을 때면, 온갖 친지, 친구, 심지어는 여섯살짜리 조카들에게까지 못생겼다 못됐다 그렇게 험담을 합니다. 세상에 좋은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처럼요. 누구를 칭찬하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식들을 칭찬할 때에도 정말 진심이 아니라.. 내가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언니를 칭찬하거나 그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어릴 때부터요.
부모님이 상처가 많으셔서 그렇구나..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같이 사는 사람 입장으로서 참 견디기가 힘드네요.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그 소리들을 듣다보면 저도 같이 동화되는 것 같고.. 무기력해 집니다.
또 집에서 제일 힘든게.. 모든 가족들이 저에게 자꾸 도와달라고 합니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들어서자 마자 아빠가 불러서 요즘 공부하시는 컴퓨터 관련된 뭔가를 봐달라고 하시고, 사소한 집안일과 심부름, 쉰다고 집에 있을 때에는 식사 때때로 밥상 차리기, 언니네 조카 둘이 방학이라 집에 올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밥 먹이기, 놀아주기, 데려다 주기.. 아픈 언니는 같이 바람 쐬러 가자, 각종 진로상담 등등 눈에 띄었다 하면 도와달라고 하네요.. 거기다 엄마 하소연도 어쩔 수 없이 들어야 되고요. 거절하면 그정도도 못하냐고 나쁜사람 취급을 하는데 가족에게 비난받고 소외되는 기분이 참 힘들어요. 저 모든 일들을 당연히 제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좀 쉬고 충전해서 바깥활동을 해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텐데.. 집에서 에너지를 다 뺐기고 나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으네요.
아빠는 특히 제가 활력 있고 건강해 보일 때는 저의 상황을 살피지도 않고 무조건 지금 당장 무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거절도 한 두번이지.. 가족인데 그 정도도 못해주냐고 그런 소리도 매번 듣다보면 스트레스가 심하고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집에 오면 일부러 피곤한척, 무기력한 척하게 되었는데 그게 습관이 되어가는 것 같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집에서는 언제 또 갑자기 뭘 시킬까 싶어 항상 긴장하고 방어하고 있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면 자꾸 무얼 해달라고 하는게 싫어서 방에만 있게 되고, 부모님이랑 대화도 점점 하지 않게 되네요.
반면에 제가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었다거나 위로 받고 싶다거나 상담이 필요할 때에는 가족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한번 말을 꺼냈다가 니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두 번 상처 주거나 저보다 더 흥분해서 저를 마구 비난하거나 세상이 꺼질 것처럼 우울해지는 모습을 몇 번 겪고 나서는 두 번 다시 힘들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남의 인생 뒤치다꺼리만 하고 살고 있었던거 같아서 저도 이제 제 인생 살고 싶은데 마음이 힘들어요
또 가정에서 어느 정도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건지 기준도 알고 싶네요.. 제가 버겁다고 느끼는게 저의 이기적인 성향 때문인지, 저 정도는 서로 다 하며 사는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저도 가족관계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많이 미숙한것 같아요.
뭐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가족들에 대한 부담도 덜고.. 제 인생도 살고 싶습니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 조바심이 나네요.
빠른 답변 듣고 싶어요...
더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여러번 수정했네요.. 독립할까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인지도 궁금합니다.
괜히 저 혼자 가족들을 나쁘게 생각한다는 죄책감이 들어요 가족들은 다 저를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서 저 정도는 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매정한건가 판단이 잘 서질 않습니다. 혼란스럽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