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가족치료연구소

 
작성일 : 13-01-06 18:59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 싶습니다.
 글쓴이 : 김경자
조회 : 1,892  

비정상적으로 저를 미워하고 죽이고 싶어하는 언니.

 

안녕하세요? 올해 20세가 되는 여학생이고, 저에겐 2살 터울의 언니가 있습니다.

언니 때문에 억울하고 정신이 악하게 물드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그걸 피하거나 극복하려면, 언니와 관계가 회복되거나 서로 떨어져서 지내야 합니다.

당장 언니가 저에게 친절해지거나 비정상적으로 저에게 악하게 집착하는 걸 그만둘 것 같지 않으니, 떨어져서 지내고 싶습니다.

 

저는 올해에는 대학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지내며 입시공부를 할 거고, 언니는 대학에 다니는데 집에서 통학합니다. 그래서 한 집에서 생활해 매일 마주하는데, 공부 스트레스로도 괴로운데 집에서 언니 때문에 편하게 있지도 못하고 공부도 방해 받아요. 언니가 이 집에서 나가려 하지 않으며, 또 나간다 하더라도 돈이 드니까, 넉넉한 형편이 아닌 우리집은 언니가 밖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돈을 주기 힘들며, 언니가 알바로 조금씩 버는 돈은 자기 용돈이나 등록금에 보태는 데에 쓰기 때문에 밖에서 지내는 데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가 없어요.

 

제가 입시공부를 할 1년만이라도 언니와 떨어져서 생활하고 싶습니다.(언니가 저만 보면 욕하는 게 빨리 멈추지 않는다면.) 물론 언니가 집 밖에서 생활해줬으면 해요. 근데 그냥 나가서 사는 게 아니라, 저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미움을 푸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어요.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언니가 심리상담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러고 싶어하지 않아요. 자긴 정상이라 보는 건지, 그리고 그런 거 받으면 자기가 정신병자라고 인정하는 것 같은지, 억지로 끌고가지 않으면 제 발로 갈 것 같지 않습니다.

 

언니가 저에게 그런 태도를 취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중딩 때부터 언니는 저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어요.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사춘기 시절의 예민함을 저에게 푸는 것 같았어요. 근데 제가 중딩 때부터 성적이 서서히 올라 반 1등을 유지하고 전교 3등 안에는 들게 됐어요. 그 중학교와 같이 있는 고등학교는 명문이 아니고 수준이 높지 않은데, 전교1등을 유지했어요. 그런데 언니는 성적이 중간 정도여서 저에게 열등감을 품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어릴 적부터 엄마의 사랑을 뺏겼다는 의식이 있어와서 저를 괴롭혀왔는데, 저를 괴롭힐 때마다 저는 덤벼봤자 덩치 차이도 나고 제가 온순한 성격이어서 가만히 당하고 있으면, 엄마가 와서 언니만 혼내는 상황이 이어져왔죠.(그래서 엄마가 저에게 뭐라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엄마 편에 끼어 맞장구치며 좋아합니다. 저는 엄마가 언니에게 그럴 때 잘됐다 할 때도 있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 서로가 걱정되는데, 언니는 저와 엄마가 상황이 심각해져도 히히 거리거든요. 엄마와 언니가 그럴 때 저가 끼면 언니는 저에게 엄청 난리치는데ㅡ 하여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먼저 괴롭혀도 억울하고 저가 밉게 보이고 그런 것 같습니다. 미운 동생에게 중딩 때부터 욕을 자주 하다가, 점점 그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 또한 높아졌죠. 언니와 동생 간의 일상적인 대화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같이 어울려 놀긴 했는데.) 제가 고딩일 때의 언니는 좀 미친 사람 같았습니다.

저만 보면 쉬지 않고 중얼중얼 욕합니다. 저를 폄하하고 비난하고, 속을 뒤집는 말들만 해댔습니다, 제가 가만히 있는데도.(중딩 때도 이런 것 같지만, 고딩 때보단 덜 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언니가 저에게 뭘 해도 제대로 응대하지 않던 혹은 못하던 것처럼

언니가 가만히 있는 저에게 상욕을 하고 비웃어도 한마디 하고 말거나 못들은 척 무시해왔습니다. 그 속엔 아무리 저한테서 잃은 게 있는 것 같고 밉다고 해도 저렇게 대놓고 드러내며 자기에게 해롭고 자신만 손해보는 데도 자신을 바꾸지 않는 어리석은 언니에 대한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고요.

 

그렇지만 제가 중딩 때부터 고딩 때 언니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고 언니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저의 마음을 언니한테 표현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언니가 저한테 저러지만 저는 언니를 맘 속 깊히 미워할 이유가 없기에 또 누굴 미워하는 건 제 성격이 아니여서 언니를 이해하려 해오고, 제가 좀 용기를 내서 먼저 언니한테 편지를 쓰거나 다정하게 호칭을 부르거나 선물을 주는 등 저의 그런 마음을 전해왔습니다. 물론 그게 항상 그런 건 아니에요. 언니가 변함없이 욕해댈 때 웃으며 대하려 애쓰기보단 그 자릴 피하는 게 편하고 일상적으로 하기 쉬우니까요.

 

이제 언니와 저 모두 20대가 되었습니다. 제가 고딩 때의 언니는 단순히 욕 하는 게 아니라 저주를 해왔고 특히 날이 갈수록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입밖에 내지 않는 말들을 아무 거리낌없이 제 앞에서 하게 됐고 작년, 제가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있을 때 저의 죽고 싶은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일기장을 엿보고는 죽으라는 말을 더 자주 했습니다.

 

고딩 때부터 저에게 어떻게 죽이고 싶다는 말들을 상습적으로 해왔는데, 이제는 저 스스로 죽으라는 발언을 즐겨 하게 된 거죠. 우울증에 빠지지 않을 때까지의 저는 언니의 욕설, 비하발언, 저주 등을 귓등으로 넘길 수 있었지만, 우울증에 빠졌을 때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언니의 말들 하나하나가 저에게 비수처럼 꽂히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정말 저 자신이 언니가 말하는 쓸모없는 짐승 같은 존재로 인식되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를 호소하며 괴로웠던 저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맘, 그리고 제가 죽어 언니에게 죄의식, 책무감을 남길 거라는 기대를 가졌으니까요.

 

지금은 우울증을 극복했고, 언니의 말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공간에서 지내면서 상습적으로 자신에 대한 타인의 비난, 비하발언, 욕, 저주 등에 괴롭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그런 악한 마음과 생각을 갖고 표출하는 게 이미 그러지 않던 때로 돌아가기엔 너무 오랫동안 해와 나아지기보단 심해지고 있는 언니, 그 당사자는 얼마나 괴로울까요. 그러니 죽이고 싶겠죠, 저를. 자신의 증오의 대상만 사라진다면 자신은 자유로워질 것 같겠죠. 그러나 그건 진정한 해결이 아니니까요.

 

언니는 몸이 허약합니다. 별다른 신체적 이상을 갖고 있지 않는 저에 비해, 축농증이나 손발 참, 반복되는 설사 등으로 고생합니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해서, 마음이 아파서, 몸도 조금씩 병들어 간 게 아닐까요? 작년 하반기, 언니도 그걸 인정했답니다. 엄마가 그러신 거죠, 너가 동생에게 악한 마음을 품으니까 네 몸이 병나고 있다, 쟤가 죽는 게 아니라 너가 죽는다, 쟤한테 하는 모든 게 다 너한테 간다라고.

 

이제 해결하고 싶습니다. 2013년, 저와 언니, 그리고 우리를 지켜보는 부모님, 우리 가족이 행복을 열여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요.

저희 가족이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빠는 지방에서 일하셔서 저희 집에는 거의 매일 저, 엄마, 언니 셋이서 지냅니다.

셋이 있을 때 실질적인 주도권을 쥔 자는 언니여 왔습니다, 언니가 집에서 저와 엄마한테 짜증 내고 저에게 욕하기 시작한 중딩 때부터. 엄마를 이겨먹는 언니는, 엄마한테도 욕과 비하발언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니까 이 집에서 언니는 두 식구 앞에서 강한 자였고, 강한 척을 했어요. 그러나 언니는 속이 강하지 않습니다. 속이 여리니까 이러는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밖에서의 언니 모습을 엿보면 그렇습니다.

 

엄마 또한 저처럼 언니한테 그런 대우를 받고 더 이상 소용없다는 것에 체념한 분입니다. 그렇다고 저희들의 관계에 무책임하게 방관한 분은 아닙니다. 자녀들의 관계에 속상해하고 언니가 저에게 욕할 때 그러지 말 것을 말하고 화내고 꾸중도 했습니다. 그러나 바뀔 거야 하는 희망은 품지만, 자신의 역량으로 언니를 바꿀 수 없다고 체념한 듯합니다.

 

아빠가 가끔 집에 오시면, 언니는 아빠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아빠가 없을 때처럼 저나 엄마한테 막 대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시비 안 거는 건 아니죠, 저에게 가족 문제를 가까운 주변 사람들한테도 쉽게 상담할 수 없어서 더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그런 남이 아니면서 그의 말이 언니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빠란 걸 알게 됐죠. 그렇지만 아빠와는 이 문제로 대화하기 어려워요. 아빠는 아빠보다 어린 자녀들이 흔히 싸우는 걸로 생각하고, 언니가 저에게 시비 걸 때 제가 뭐라 해 언니가 목소리 높히면 그저 화만 낼 뿐입니다. 아빠 앞에서 싸운다고. 제가 그게 아니라고 해봤자, 자녀들이 아직 철이 안 들어서 싸우는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겁니다. 자녀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요. 그러니까 제가 저에게 온 시비에 화내는 거나 언니가 저에게 부당하게 시비 걸고 저의 반응에 적반하장으로 응대하는 거나 똑같히 보는 거죠.

 

그리고 아빠랑 진지하고 아빠가 저를 똑같은 인격체로 존중해 제 말에 수긍하고 아빠의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는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 안 하기 때문에, 아빠가 언니와 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 줄 수 있을 거라 보지 않습니다.

 

이제 얘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저희 가족 내부에서 저와 언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가족 간의 문제 해결에 대한 전문가의 도움, 전문기관의 지원을 받고 싶습니다. 근데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저들로부터 도움을 주겠다는 대답을 얻게 된다 해도,

언니가 응해줄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언니의 협조를 이끌어 낼까요?

 

 

언니와 저, 엄마가 함께 한 집에서 살면서 도움을 받든 따로 살면서 도움을 받든

서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특히 언니가 도움을 받은 후 엄마로부터 나아가 타인으로부터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낭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