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님,
애인이 있거나 아내가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여자들을 지나치게 돌보거나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던(못하는) 남편 분을 지켜보면서 실망감, 배신감과 함께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계시는 듯합니다.
KJ님의 말씀대로라면 남편 분은 심각하게 '경계선'이 없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에서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분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정도가 '착함'을 넘어서서 부적절한 관계로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아내, 가족이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번번이 그런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겉으로 착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외로움, 불안, 부적절감, 거절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 자기 비하, 충동성, 만성적인 공허감, 지루함 등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약한 자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KJ님 말씀대로 남편 분은 '가엾어 보이는' 여자들에게 '착한사람' 역할을 하면서 인정을 받았을 때 위와 같은 자신의 내적결핍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번번이 이런 '착한' 선택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짜 착한사람'은 자신의 열망을 채우기 위해 배우자와 가족을 외롭게 하거나 상처주지 않습니다.
남편 분처럼 어릴 때 부모로부터 안정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건강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상대방이 언젠가 나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그러다보니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면서 자신의 욕구를 돌보지 않거나, 진실한 관계를 맺기보다 텅 빈 내면을 채우기 위해 겉으로 '착한 사람'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남편 분의 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는 '부모의 이혼을 막지 못했다, 이혼한 어머니를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 무력감, 죄책감 등이 깔려 있어서 '가엾은‘ 여자들을 과도하게 돌보면서 과거 어머니를 구원하지 못했던 '무기력한 나' 대신 '힘 있는 나'를 경험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남편 분이 ’착한남자‘가 되어 자신의 어떤 열망을 채우고자 하는지 탐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KJ님께서도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KJ님은 어떻게 대처하셨습니까?
남편 분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KJ님께서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과거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남자들이 우스웠고....착한 남자들에게 많은 상처를 줬다...이제 외롭거나 할 때도 남자로 채우지 않게 됐다'고 하셨지요?
혹시 아버지와의 미해결된 감정 때문에 '착한 남자들'에게 상처를 줬던 과거의 자신을 '회개'하면서 '착한 남자'인 남편을 돌보고 계시진 않으신지요?
KJ님 역시 남편 분처럼 '가엾은 착한 남자'를 용서하고 돌보면서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해와 용서, 관용은 성숙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부부 서로가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족체계를 흔드는 이슈일 때는 용서와 관용의 이름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됩니다.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역기능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부부는 물론 자녀들도 정서적인 혼란을 겪게 됩니다.
KJ님의 훈계, 이해, 용서로 남편 분을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남편 분이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고 스스로 치료에 임하도록 좀 더 단호한 입장을 취하셔야 합니다.
아울러 KJ님의 '구원자'적인 대처방식이 남편 분의 문제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KJ님 역시 남편 분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어떤 열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KJ님은 이미 많은 부분을 자각하셨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계시니 남편 분과 함께 가까운 상담소나 가족치료센터를 방문하셔서 이에 적합한 기법으로 상담을 받으시면, 남편 분이 겪고 있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회복할 수 있음은 물론 부부가 서로의 상처와
기대를 수용하여 보다 건강한 부부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