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가족치료연구소

 
작성일 : 12-04-26 11:14
아버지와 닮아가는 나, 결혼이 유지될 수 있을까?
 글쓴이 : 고민
조회 : 1,355  
안녕하세요.
종로에서 빰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듯이 평생을 사신 아버지를 싫어했습니다.
갑자기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타인에게 불편하거나 못마땅한 점을 가족에게 불평할 때, 마치 내가 잘못한 것처럼 마구 화를 내면서 듣는 사람까지 기분 나쁘게 하셨습니다.
남의 흉 보는 거 좋아하고, 남 비난하는 것이 인생의 기쁨인 듯 엄청 즐기셨죠.
스스로는 본인이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산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겐 화를 내지 않아서 순하고 묵묵히 자기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화가 가족에게, 특히 어머니에게 쏟아지는 것을 평생 보며 살았기에,
꼭 다정하고 부드러운 남자와 결혼하겠다 결심했고, 그런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룬지 반년입니다.

어제밤,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직장에서 겪은 억울한 일을 이야기 하는데 도통 맞장구도 대꾸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벽보고 이야기 하는 거 같다"라며 몇번 이야기했고 남편은 대충 대답해주고는 자리를 떴습니다.
이상한 기분에 대화를 해보니,
제가 불평할 때, 마치 남편이 잘못한 것처럼 마구 화를 내면서 듣는 사람까지 기분 나쁘게 하고, 갑자기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서 지난 삼개월동안 언제 터질까 심장이 두근두근하며 살았다고 하더군요.
가정에서 어떻게 자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격지심도 강하고 하나도 손해보기 싫어서 자기를 힘들게 했고, 자기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 힘들다네요.
심지어 아이가 생기면 사사건건 남과 비교하고, 자기한테 요구하는 게 많아질테니 다툼도 잦아질 거 같다며 아이를 가질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욕하면서 닮는다더니 그게 내 꼴이구나...싶어 어이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고향에 내려가서 순간순간 울컥하며 화를 내시는 아버지를 보면 짜증이 나고,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 험담했다 들켜서 곤란한 일을 겪은 적도 있고, 모든 상황을 비관,부정적으로 보는 성향도 강합니다.
기분나쁜 일을 겪으면 다른 사람에게 퍼붓듯이 말하는 습관 때문에 타인과 어색해진 적도 종종 있어 아예 불평을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물론 곧 잊어버리고 불평하지만...
이런 저를 알기에 항상 고민했고, 심리학 관련 책도 줄기차게 보고, 관련 강연이나 티비 프로그램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남은 건 아버지 그 모습 그대로네요.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검색하다 이곳에 있는 자존감 검사를 했고, 조금 낮은 자존감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평소 자존감이 낮다고 걱정했기에 평가결과가 마음에 와닿네요.

아버지를 닮은 저,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남편, 그 이상으로 삶이 괴로운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는 곳이 지방이기에 답답한 마음에 여기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