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가족치료연구소

 
작성일 : 11-11-15 16:59
친정부모님과의 관계
 글쓴이 : 수달이
조회 : 1,471  
오래전부터 글만 읽다가 용기내서 제 이야기를 써봅니다.

누구나 마음 불편한 구석 하나씩 있는 법이고
제가 가진 고민 정도 쯤이야 별거 아니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해 왔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우선 저는 교사이고 오빠는 교수이고 남동생은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집안의 둘째, 외동딸입니다.
결혼한지 6년째이고 셋째 임신중입니다.
남편과는 사이가 좋고, 제 가정은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순하고 착한 사람이라 제 모난 마음이 많이 둥굴둥글 해졌어요.)

하지만 제 마음은 항상 친정 엄마 아빠 때문에 무거울 때가 많아요.
특히 잠을 자러 누우면 부모님들께 서운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원망하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 채워집니다.


아주 어릴 때 기억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엄마는 시어머니에 대한 하소연, 험담, 남편에 대한 불만과 본인의 힘든 삶을
저에게 토로하곤 하셨어요.
공부를 아주 잘 했던 오빠에게는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하셨고
큰 아들이 본인의 희생을 보상받게 해줄거라는 믿음으로 사셨기 때문에
둘째이고 딸인 저에게 지금까지도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시지요.
(엄마 편이 되어주지 않으면 서운해하시고, 싫은 소리를 조금이라도 하면 토라져서 나가버리거나 
 화를 버럭 내세요)

 그러나 항상 제 맘 속에는 오빠와 남동생보다 엄마에게 뒷 순위인 것 같은
느낌...그리고 더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고
부모님 또한 여전히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저를 찾으시지만,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나눠주셨어요. 
 저는 바라지도 않으니 걱정마시라고 말했죠)

아빠는 경제적으로 무능하셨고, 외도도 하셨고, 엄마와 우리에게 폭력도 쓰셨고
제 마음에 항상 불안함을 주는 존재셨어요.
그래서 어느 날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막 뛰는 부정맥도 생겼는데
제 생각에는 어릴 때부터 엄마아빠의 언성이 높아지면 제 마음이 막 두근거렸던 것 같아요.

하여튼....

아주 독립적이고 성실하게 살았던 저희 삼남매는 다 결혼을 하였고
부모님은 자랑스러워하십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서는 항상 엄마 아빠에 대한 원망 서운함이 가시질 않아요.
이제 부모님은 종교(성당)에 올인하셔서 아주 많은 시간을 그 곳에서 보내십니다.

바로 앞에 살지만
친정 아빠 엄마 저희 집에 거의 와보지 않으시고
전화도 필요할 때 이외에는 없으시고
제가 셋째아이를 낳게 되었어도 산후조리 같은 것에는 신경도 안쓰시죠

제가 몇 년 전 두 아이와 함께 너무 아플 때 전화해서 좀 와달라고 부탁했을 때도
성당 가는 길이라 안된다고 하시며 전화를 끊고는 괜찮은지 전화한 통 없었던 일들...
임용고사 공부하러 매일 도서관 다닐 때 밥은 먹었는지, 용돈은 있는지 한번도 물어보지 않으셨던 시간들....
만삭의 딸이 조금만 아이랑 놀아달라고 해도 본인은 tv보거나 전화에 바빠 외면하던 모습들....

이런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오히려 생생하게 제게 다가오기만 합니다.

부모님이 참 냉정하고, 차갑고, 정이 없고, 배려가 없고, 이기적이라는 생각만 듭니다.
(친정엄마가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것 같아요. 외할아버지가 일찍 나가서 다른 집 살림을 차리셨거든요)

다른 딸 같으면
이런 거는 서운하다. 이렇게 좀 해달라.  
필요할 때 서로 부탁하면서  친정엄마와의 관계가 좋다고 하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한번도 뭔가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진 적이 없기에
지금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이고
자존감이 높지 않으니 당연히 거절을 두려워하고
친정부모님께 서운한 마음만 생깁니다. 
(뭔가를 저에게 해주시면 부담스럽고 꼭 돈이나 물질로 갚아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오빠와 남동생도 부모님의 이런 모습들에 아쉬워하면서
저를 지지해주고, 위로해줍니다.
오빠와 남동생은 싫은 소리도 하고 본인의 요구도 말 하지만
저는 그러지도 못해요.

오랜 시간 고민했던 힘들었던 문제이기에
저 나름대로의 답은 
친정부모님께 기대하지 말자,.바라지 말자, 아쉬워말자
이런 거랍니다.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되뇌이며
마음 속으로 각오를 해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안되네요.


두서 없는 글 죄송하고...
도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마음에 평화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