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6-28 04:46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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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하늘
조회 : 1,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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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36살 미혼 여성입니다.
남자 친구와는 5년을 만났고 올 12월에 결혼을 약속한 사이입니다.
상견례도 했고, 웨딩홀도 잡아놓은 상태에요.
작년 말부터 남자 친구가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해서 둘이 돈을 합쳐서 집을 사고 지금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자 친구는 40살입니다.
이 사람은 어린시절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잘 안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무차별적인 폭언과 폭행이 너무 심했나 봅니다.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렸을때 말을 더듬은 적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도 가끔 흥분하면 말을 더듬어요)
중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는 물어봐도 끔찍했다고만 말하고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삼남매(남동생, 여동생) 중 장남이라 특히 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마음이 지극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앙금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구요
올 5월쯤 저랑 인사를 드리러 본가에 갔었는데 어머니 아버지께 절대 절을 하려고 하지 않아서 혼자 했습니다.
이 사람은 자존심이 너무 강하고.. 그에 반해 자존감은 너무 낮다는 것입니다.
연애 초기에 다툴때 제가 이해한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네가 뭔데 나를 이해하냐.. 고 하더군요.
그 말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툴때에도 그런 말에 굉장히 예민해 합니다.
잘 해보자거나.. 이해한다거나.. 이해해달라거나 하는 말들 말입니다.
술 담배를 전혀 못하는데 그래서 스트레스를 잘 푸는 방법을 모르는듯 합니다.
자주 화를 내고 한번 화가 나면 굉장히 무섭습니다.
한번은 저랑 크게 다투는데 그때 그 사람이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한 손으로 제 목을 조르면서 민 적이 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넘어진채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목에 파랗게 든 멍을 보면서 오로지 드는 생각은 공포심 이었습니다.
저희 집안 남자들은(아버지, 남동생, 형부) 가정적이고 배려심이 깊은 편입니다.
집안 분위기도 화목한 편이고 잘 지내는 편이지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해서 배려심이 많고 저희 아버지는 저희가 어렸을때부터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저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습니다.
저에 대한 배려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자신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사람을 믿으면 꼭 상처 받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만나는 친구도 거의 없고 늘 주말이면 집에서 TV를 보거나 저랑 산책 정도 하는 일로 시간을 보냅니다.
늘 자신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일에 서투르고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제가 가끔 무심한 이 사람의 태도에 서운함을 표현하면 알겠다고 하면서도 전혀 나아지질 않습니다.
처음엔 경상도 남자라(저희 식구들도 경상도 입니다) 표현하는게 서툴러서 그렇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0년 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첫사랑에 대한 증오 때문에 마음을 잘 열지 못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 연애할때 우연히 물어보게 됐는데 길거리에서 만나면 죽여버리고 싶다고 하더군요)
처음 만났을때에는 이 사람이 저를 굉장히 많이 좋아했습니다.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아이처럼 저를 좋아하는 이 사람을 보면서 저도 마음을 많이 줬었지요.
그런데 너무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인지라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게 되면서 너무 많이 지쳤습니다.
제가 헤어지자고 말했고 그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왔습니다.
저는 이사람과 만나기 전 첫사랑과 10년을 만났습니다.
이 사람과는 달리 첫사랑은 10년을 한결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늘 저를 아껴주고 배려해주고.. 첫사랑과 함께 있으면 제가 누군가에게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첫사랑과 만나는 10년동안 일년에 한번도 싸운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저에게 전부 맞춰준 것이란 걸 이제 알것 같습니다.
첫사랑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결국 헤어졌습니다.
그때 저는 굉장히 힘들어했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한동안은 잘 지내왔습니다.
지금 남자 친구와 다툴때 어쩌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첫사랑과 많이 비교를 했던 것 같습니다.
10년의 습관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는 않겠지요..
그렇지만 지금 남자 친구에게서는 사랑받고 있다는 걸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친구들이 남자 친구 이야기를 할때 가끔..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참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나이도 많고.. 결혼도 해야겠으니까 하는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 사람도 그렇고 저도 그렇다는.. 결국에 현실적인 문제겠지요.
어쩌면 제 마음안에 실패한 첫사랑에 대한 보상 심리 같은 것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람과 다투고 힘들때는 제가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을 바꾸게 할 수 없으니 내가 바껴야 한다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지치기 시작하네요..
상견례도 하고 웨딩홀도 예약했는데 왠지 너무 불안한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들지 않는다는게 제일 큰 문제겠지요..
이게 정말 우리 두사람 사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막상 이 사람과 결혼이라는 걸 하려니까 그동안에는 어렴풋하게 생각되던 불안감이 점점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그 사람의 마음안에 자리잡고 있는 아버지와 첫사랑에 대한 앙금과 사람에 대한 불신..
그리고 가끔 나타나는 폭력적인 행동(싸우다 제 차의 백미러까지 부순적도 있습니다)과 감정적인 기복이 너무 심하다는 것까지..
결혼 준비를 도와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제가 일때문에 늦어도 전화 한통 없습니다.
집안일은 오롯이 제 몫이고 아침마다 출근할때 20분 거리의 전철역까지 매일 데려다 줘야 하는 일까지..
무엇보다 제가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이 사람의 저에 대한 마음입니다.
이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저와 결혼하려고 하는지..
차라리 이런 제 마음이 단순한 과민반응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잘 지내고 행복할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몇번 그 사람의 폭력적인 행동을 보고 난 후 싸우고나면 함께 한공간에 있는 것이 너무 두렵습니다.
어린시절부터 한번도 남자들의 그런 모습을 못 본 저로서는 공포심 그 자체였습니다.
말이 두서없이 길었네요..
살면서 중요한 결정앞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고.. 두려워지는 마음입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좋은 말씀 부탁드릴께요
[이 게시물은 사티어님에 의해 2011-04-27 13:58:56 공개상담에서 복사 됨] [이 게시물은 사티어님에 의해 2011-04-27 14:03:07 전체상담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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