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가족치료연구소

 
작성일 : 10-10-09 01:53
[re] 태어나 처음겪는 일에 앞으로의 삶이 조금은 두렵습니다
 글쓴이 : 이상은
조회 : 1,250  
누구보다도 님을 따뜻하게 돌보고 아끼며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져 주었던 남자친구가
뒤에서 나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고 게다가 온갖 거짓말들로 자신의 실수를 덮으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님의 마음에 충격과 배신감,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갑니다.
더군다나 이 일이 이전에 만났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부정적인 영향들과 더불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와르르 무너뜨리고
또 다른 누군가도 언제 어떻게 돌변하거나 나를 속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가득 안겨주어
더욱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님에게 필요한 것은,
지난 시간동안 남자친구의 거짓된 행동과 말들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을 만큼 자신이 현명하지 못했고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길 만큼 상대에게 자신을 쉽게 허용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비난하거나 자책하는 일은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상대가 님에게 저지른 일에 대해 분이 풀릴 때까지 응징할 방법을 찾으며
온갖 에너지를 쏟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대신, 그렇게 믿었던 연인에게 배신당하여 상처받고 슬퍼하는 자신의 마음과 만나
누구보다도 먼저 스스로에게 따뜻한 위로와 돌봄을 보내면서
상처가 아물고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허락하는 일이 가장 필요할 것입니다.
 
상대가 적어도 님의 눈 앞에서는 입안의 혀처럼 자상하게 님을 아껴주고 님의 필요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돌보아 주었다면,
제가 님이었더라도 남자친구가 했던 거짓말들과 나에 대한 불성실함을 알아차리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해,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만약 사귀는 동안 님에게 뭔가 불만이 있었다면 지금에라도 용기 있게 님과 문제를 해결하려하기보다,
끊임없는 거짓말로 자신을 보호하는데 급급했고
어쩌면 훨씬 이전부터 매 순간 진실하지 못한 선택을 해왔을지도 모르는 남자친구의 행동은
남자친구 자신의 문제이며 결국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고 삶인 것이지,
님의 부족함 때문이거나 님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억울하고 분해서 어떻게든 벌을 주거나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겠지만,
그렇게 한들 달라지는 것도 없다는 것을 님께서도 이미 잘 알고 계신 듯합니다.
남자친구 스스로가 새롭게 변화하기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평생 자신의 거짓된 삶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고 또 더 큰 거짓말을 하면서
매 순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책임져야 하는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를 것입니다.

오히려 지난 시간 동안 남자친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진심으로 받아들였고,
그러한 대접을 감사해하면서 남자친구에게 더 잘해주고 싶어 했으며,
무조건 상대를 탓하기보다 이 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하는 님의 진실됨은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다운 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적어도 님은 정직하고 진실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스스로 인정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좀 더 자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주로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지?
나에게 헌신적으로 잘 해주고 100% 올인 한다고 느끼는 사람에게서 주로 안정감을 느끼는지?
그 부분에 집중하느라 또 다른 성격이나 성품, 가족관계나 성장배경, 사회적 인간관계, 재능과 자질 등
그 사람이 지닌 다른 부분에 대해 탐색하고 자각하는 것에는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아닌지?
상대와 깊은 친밀감으로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각자의 삶을 독립적이고 균형 있게 잘 살 수 있기보다
서로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의존되어 있는 관계는 아니었는지?
상대가 나에게 어떻게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고, 나는 어떻게 대해주어야 한다는 기대가 있는지?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참고 넘어가는지? 화를 내고 비난하는지?
과거의 부정적인 연애 경험이 미친 영향을 제외하고서라도,
기본적으로 상대가 나에게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항상 주시하고,
혹시나 나를 떠나거나 나에게 상처주지는 않을지 두려워하며 마음을 열지 않거나,
나에게 소홀하다고 느낄 때 반사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았는지?
성장하는 동안 부모님은 나를 어떻게 양육하고 돌봐 주셨는지?
부모님에 대한 상처와 실망은 없었는지? 그것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부모님으로부터 충족되지 못했던 기대를 연인에게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님의 연애 경험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성장하는 동안 가정 안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내면의 자원 뿐 아니라 연약함과 필요,
그리고 현재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잘 알아갈 수 있다면,
님께서 좀 더 자신을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시간들을 잘 정리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만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다루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 게시물은 사티어님에 의해 2011-04-27 13:58:56 공개상담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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