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가족치료연구소

 
작성일 : 11-11-07 19:24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글쓴이 : 김미희
조회 : 1,608  
 

안녕하세요.

저는 두 아이를 둔 30대 워킹맘입니다.

소개팅을 통해 만난 남편과 만난지 1년이 안되어 결혼을 하였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남은 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대학시절 유학을 갔었고, 그 후 아버님의 명퇴로 인해 도피하듯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은 이민 후 언어도 잘 안되시면서 동업으로 사업을 차리셨고, 본인이 운영이 힘들어지자 학생인 아들에게 운영을 맡기셨다고 합니다. 이 때부터 운영권을 쥔 남편은 직접 사업을 하며, 사업에 몰두하였고, 그 당시에는 정말 열심히 일을 하였다고 합니다. 사기를 당하며 심한 분노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평소 혈압도 높고, 분노조절을 잘 못합니다. 그러던 중 사기로 투자금을 날린 가족은 더이상 그곳에서 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한국으로 귀국을 했습니다.


결혼할 때까지도 가정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사이가 안좋아 별거를 하고 있고, 아버님이 가족들을 좀 고달프게 했다는 정도...

하지만 시부모님의 모습은 너무나 이기적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때론 신랑을 불쌍해보이기 만들었습니다. 아이 같은 부모만나 신경쓰고 고생하는 것 같아, 자식이 부모노릇하는 것 같았습니다.

반면 부모님 잘 챙기고, 형제간에 우애도 좋고, 아이들도 예뻐하는 모습을 보여 참 선하고, 마음씨 착하다고 여겼습니다. 반면 어둡고 그늘진 모습도 있었습니다.


저는 둘째 출산 후 신랑이 해외로 일을 하러 가서 혼자 아이돌보며, 친정에 도움을 받으며 생활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결혼 후 대부분을 남편과 떨어져 살았습니다. 제대로 부부로써 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다 보니 제가 처한 현실도 쉽진 않았습니다. 우리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힘들어도 서로 참고 노력했습니다. 정말 일하며 아이돌보고, 시부모님 챙기고... 늘 친정에 도움을 받으면서 늘 미안함을 안고서...

하지만 시댁의 모습이 친정부모님께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신랑의 부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배신감과 충격이 너무나도 컸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앞을 가려 죽는 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또한 친정 식구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에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되었습니다.

남편이 기회를 주고 믿고 지켜봐달라고 했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한 번 더 노력은 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잘 해보기로 하고, 다시 노력했습니다. 아무일 없었던 듯, 서로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또 다시 부정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남편이 올 때까지 참으며 남편과 대화를 했습니다. 그 때까지 참고 있다가 하나하나 다 풀어놨습니다. 직접 듣고 확인하지 않고서는 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왜 나를 속였는지... 차라리 싫으면 싫다고 헤어지고 싶다고 얘기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라고 합니다.


참 마음이 아픕니다. 왜 진작에 얘기해서 함께 해결하지 못했냐고 했더니 그게 힘들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문제를 늘 제대로 풀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자기 행동을 합리화 시키려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 이 힘든 상황이 더욱 슬프고 힘들어집니다.

지금은 제 슬픔 따윈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또한 제 슬픔과 아픔을 꺼내는 것도 두렵습니다.

가족들이 더 힘들고 상처받을 까봐 내색하기도 힘듭니다.

울고 싶어도 울기 힘든 게 제 처지입니다.


남편은 제 입장에서 보면 자신과 헤어지는 게 낫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은 아이들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일들을 벌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 사이에 신뢰를 산산조각을 낸 장본인인 신랑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한참 크면서 아빠를 찾는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엄마로서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있어서 도움이 안되는 아빠라면 없는 게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홀로 사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답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한편으론 일련에 저 모르게 만든 문제들만 빼면 저와 아이들에겐 괜찮은 남편과 아빠였습니다. 이 부분이 저를 더 아프고, 슬프게 합니다. 또한 제가 힘들어 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입니다.


남편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고, 그 부분은 해결해가야한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으니 제대로 해결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인지 남편은 늘 제게 옆에 있어달라고 내가 옆에 있으면 해결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또한 스스로의 의지가 제일 중요한데 저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처럼 얘기를 했습니다. 그 부분은 앞으로 함께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 그런 일들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러한 일을 벌여놓고도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얘기합니다. 정말 어떻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지... 원망스럽습니다.


지금 현재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문제들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 해결해나가자고 했습니다.

저랑은 함께든 따로든 아빠로서라도 정상으로 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제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할 지가 막막합니다.

하루에도 헤어져야하는 걸까? 아님 문제를 극복하고, 가정을 바로 잡아야하는 걸까?

사실 저는 어느 하나 희망이 보이는 미래가 없습니다.

단지 선택에 의해 또 제 자신이 노력하는 일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남편이 자신의 문제와 어려움을 토로했고, 첫번 째 문제 이후에 함께 있으며 노력한 것은 없기에 제대로 함께 하며 노력해볼까도 싶지만 솔직히 남편을 믿어야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지금까지의 문제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너무나 힘이 듭니다.


어떤 게 최선의 선택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어떤 게 가족을 위한 것일까요?? 정말 어떤 게 아이를 위한 길일까?? 정말 어떤 게 제 자신을 위한 길 일까요?


남편은 제게 상처를 주고도 제가 본인을 방치했다며, 제 탓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제 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일을 하며 자신을 돌봐주지 않았다고 하고 있습니다. 아이돌보며 일해온 저로서는 정말 그 말이 서운합니다. 또한 저는 가족보다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일이 생기기까지 저와 대화로 풀지 못한 남편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지금도 제 일을 그만두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렇게 신뢰를 깨버린 상태에서 제가 일을 그만 두는 게 맞는 것인가 싶습니다. 문제가 문제를 낳고, 악순환이 되고 있습니다.

뭔가 가족을 위해 더 노력을 해봐야할 것 같긴 한데 그 길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런 상태에서도 남편을 믿어야할지 믿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을까봐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