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3살 대학을 휴학중인 학생입니다.
저는... 작년 겨울에 실습을 하면서 담당교수로부터 인격적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열심히 해오던 학과공부와 제가 하는 모든 일들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휴학을 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에 올해 4,5월 약 2개월간 잠도 못자면서 편입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또 편입에서 떨어지면 어떡하나.. 긴고 긴 이 장기레이스를 나 혼자 어떻게 버틸수 있을까 라는
반복되는 고민에 지쳐서 6월부터 편입공부를 그만두었습니다.
이때도 굉장히 제 자신에게 실망스러웠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큰 성취의 맛을 보지 못해서, 중간에 계속 그만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불확실한것에 상당히 불안해하는 편입니다.......
그 뒤로 6월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일 하지 않고 계속 집에만 있습니다.
그나마 책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몇주 전에는 연락을 할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퍼지면서
가만히 있어도 눈물을 흘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치만 외로움, 심리학 관련 책 몇 권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나마 나아졌습니다.
저는.. 제가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저를 뱃속에서 키우실때 아빠의 사랑을 잘 못받으셨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매일 우울해 하셨다고 했고, 출산 이후 3~4살때는 할머니에게 맡겨졌습니다. 저는 할머니를 거의 엄마,아빠처럼 잘 따랐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방학때 할머니와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되면, 남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부모님은 굉장히 많이 싸우셨습니다. 아빠, 엄마가 늦게 들어오시는 날이면 저는 동생을 돌보았고, 그나마 동생과 함께 의지하며 잘 지냈습니다. 그치만 부모님이 싸우는 날이면, 혹시나 엄마가 또 맞아서 다치치는 않을까 잠도 못자고 문고리 틈 사이로 계속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마음졸이면서 살았습니다. 어느날은 아빠가 또 술에 취해서 엄마를 문으로 밀었고, 대문 유리가 엄마의 이마에 박혀 경찰차가 오고.. 그런날도 있었고, 하루는 엄마가 아빠 허벅지를 칼로 찌르는 광경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어 싸움을 말리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흥분하신 엄마가 제 팔을 이로 꽉 깨물었습니다. 그때의 흉터는 거의 없어졌지만.. 글을 적다보니 눈물이 고여버리네요. 아무튼, 그렇게 술에 취한 아빠와 폭력을 당했던 엄마도 소리를 높이면서 그렇게 계속 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그래도 학교를 잘 다녀야 했고, 동생도 챙겨야 했습니다. 집안이 더러워지면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저 혼자 집을 치웠고, 밥도 챙겨먹었고.. 그랬습니다. 밥이 없던 날에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러면 아빠는 뭐 사먹으라고 돈을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거의 일주일에 6번을 치킨을 시켜 먹던 적도 있었고, 돈만 생기면 분식집에서 살았고, 게임방에서 살았습니다. 제게 엄마의 빈자리와 외로움 그리고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고 잠깐이나마의 만족을 주었던 시간을 음식을 먹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비만해졌고, 엄마가 집에 돌아왔지만 항상 불안할때면 음식을 먹어야 했습니다. 오죽하면 고등학생때 시험공부를 하는 기간에 배고프지도 않은데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으로 인해 책상에 앉아서 밥을 우걱우걱 비벼 먹으면서 공부를 했을까요..
제가 공부를 했던것은 중학생떄부터 였고, 아빠와 엄마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상장도 타왔고 전교등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부모님의 반응은 저를 너무나 힘들게 했습니다. 그냥.. 잘했다. 그래 용돈줄께... 엄마에게 상장을 보여주면 무심히 아빠를 보여주라고 했습니다. 저는 발버둥을 치고 사랑을 받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지만, 드러나는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었고.. 부모님에 대한 감정이 한해에 한번씩 바뀌었던거 같습니다. 험난한 사회에서 가정을 지키려고 부도난 회사를 다시 살려냈던 아빠의 스트레스가 집에서 폭팔하는 거라고이해하던 해는 엄마가 너무나 싫었습니다. 또 바람을 피워서 엄마를 힘들게하고 술 먹고 폭력까지 일삼아 엄마를 우울증과 고혈압에 걸리게한 아빠가 싫었을 때는 엄마가 측은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학교 생활을 기숙사에서 하면서 방학때만 집에 올라왔습니다. 저는 착실하게 학교생활을 했고, 총장에게 상장도 타올만큼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술먹고 들어온날 제 감정을 이해해주지 못한 상황이 생겼고, 아빠와 다투다 그 상장을 제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겨졌습니다. 사랑받기 위한 제 발버둥을 아빠는 완전히 짓밟아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떄는 정말 부모라는 존재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방학때마다 거의 집에만 있었습니다. 봤던 TV를 보고 또 보고.. 돈만 생기면 맛있는것만 사먹을 생각만 했습니다. 거의 6번의 방학을 그렇게 지냈습니다. 집에만 오면 방전이 되어 쉬고 싶었지만, 동시에 먹을 것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먹으면 살이 찌니까 먹고 토하고를 계속 하다가.. 식도염에 걸리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먹기 싫은데 안 먹으면 너무 힘듭니다. 그래도 여대생이다 보니까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으로 관리를 받으면서 열심히 뻇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폭식을 해버렸습니다. 저는 살이 조금이라도 찐 느낌을 받으면 굉장히 우울해지고, 오히려 더 폭식을 합니다. 제 자신에게 실망하고 다음날 폭식을 합니다. 안그래도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데, 살이 찌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더 먹게 되고.. 살이 찌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힘들지만,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해결책이 또 먹을 것으로 이어집니다.... 더 이상 살찌기 싫습니다. 지금은 가정이 그나마 안정되어 있어 제가 이렇게상처 받았다는 얘기를 다시 꺼내는게 꺼려집니다.. 그리고 내년에 복학을 할텐데 살이 쪄서 갈까봐 매일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건 식이장애인가요.. 불안장애인가요.. 자존감이 낮은 것이 문제인가요... 단지 외로워서 음식으로 감정을 충족시키려는 건가요.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네요. 답변을 바라고 적지는 않습니다. 그냥 갑자기 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패턴을 제로화시키고 싶은 마음에 글을 적어 봅니다.